등산을 즐기는 주부 이 모씨(59ㆍ서울 양천구). 흔한 만성질환 하나 없이 건강만큼은 자신하는 그녀에게 고민이 생겼다. 최근 불편한 다리 때문에 잠을 이루기도 어렵고 깊은 잠을 자기는커녕 자다가 벌떡 일어나 다리를 주무르기 일쑤다. 과도한 운동으로 인한 것이라 생각해 즐기던 등산도 줄였지만 증상은 그대로였다. 허리에 문제가 있나 신경외과도 가보고 저릿한 다리 때문에 하지정맥류가 아닌가 싶어 혈관외과도 찾아가 봤지만 허사였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임신 중에도 비슷한 증상으로 고통스러워했던 생각이 들었다. 밤잠을 제대로 못 자니 피곤이 겹쳐 낮시간 활동에도 지장이 있고 우울증도 생겼다.

잠이 보약이다. 특히 요즘처럼 과도한 학업과 업무로 스트레스가 높고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으로 정보 습득량이 많은 현대인에게 잠은 일상의 피로를 풀고 활력을 재충전할 수 있는 최고 치료법이다. 하지만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괴로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제대로 자지 못해 절대 수면량이 부족한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수면장애로 진료받은 환자는 2008년에 비해 1.57배 늘었다. 수면장애 환자는 2008년 22만8000명, 2012년 35만7000명이었으며 수면장애 유형은 쉽게 잠들지 못하거나 자주 깨는 불면증이 66.7%로 가장 많았고 상세불명 수면장애가 그 뒤를 이었다. 수면장애 원인으로 비만, 스트레스, 과도한 업무 등에 따른 수면습관 변화가 지목된다. 하지만 수면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국내 인구 중 7.5%가 겪을 정도로 흔하다는 ’하지불안증후군’. 하지불안증후군 환자는 평소에는 괜찮다가 가만히 있을 때, 특히 자려고 할 때 다리가 불편해지고 아프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해 피로가 쌓이게 되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가져오기도 한다.

◆ 벌레가 스물스물, 통증으로 잠 못 이뤄

하지불안증후군은 몸을 움직이지 않을 때, 특히 밤에 잠자리 들기 전 무릎과 하지에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거나 스멀거리는 느낌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잠에서 깨어나는 수면장애를 일컫는다. 증상이 심하면 통증을 느끼기도 하고 다리를 지속적으로 움직여야 해서 잠을 충분히 자기 어렵다. 수면량 부족으로 환자 대부분은 낮 시간 동안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게 되고 신경이 날카로워져 우울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고혈압, 암, 심혈관계 질환 및 불면증이 있는 환자가 하지불안증후군을 동시에 겪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조기 사망률이 39%가량 증가하며, 건강한 집단에서도 하지불안증후군 증상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조기 사망 위험이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 철 부족? 도파민 부족? 전문의 진단 중요

하지불안증후군은 아직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그동안 연구를 종합해보면 중추신경계의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 물질과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철 결핍성 빈혈, 임신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 등도 하지불안증후군을 악화시킨다.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정확한 원인 파악을 통한 진단이 증상 완화를 돕는 첫 번째 과정이다. 신경과 전문의 진찰, 문진, 혈액 검사 등이 필요하다. 상황에 따라 수면다원검사 등을 실시하기도 한다. 국제하지불안증후군 연구회는 네 가지 임상증상 진단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먼저,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있다. 일반적으로 다리가 불편하거나 불쾌한 느낌이 동반된다(때때로 불편한 느낌이 없이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을 느끼거나, 다리와 함께 팔 또는 다른 신체부위에 증상이 동반하기도 한다). 둘째,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나 불쾌한 느낌이 쉬거나, 누워 있거나 또는 앉아 있을 때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을 때 시작되거나 더 심해진다. 셋째,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나 불쾌한 느낌은 걷거나 다리를 뻗거나 할 때처럼 움직이는 동안 부분적으로 혹은 전체적으로 완화된다. 넷째,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나 불쾌한 느낌은 낮보다 저녁이나 밤에 더 나빠지거나 혹은 저녁이나 밤에만 발생한다.

◆ 철분제, 도파민 효현제 도움

정확한 진단을 통한 원인 파악이 끝났으면 그에 따른 치료법도 달라진다. 철 결핍성 빈혈이 원인이라면 철분제를 복용한다.특발성 하지불안증후군에는 도파민 제제를 사용한다. 대한신경학회에 따르면 하지불안증후군 치료를 위한 약물 요법으로 로피니롤, 프라미펙솔, 로티고틴 등 도파민 작용제를 1차 선택으로 권고하고 있다. 유럽신경학회지는 지난해 ’하지불안증후군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소개하면서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약제 모두 단기치료에 효과적(A등급)이라고 추천했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이상암 교수는 "하지불안증후군은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없어지기도 하고, 질환으로 인지하는 경우가 적어 치료에 소극적인 환자가 많다"며 "효과적인 치료제를 선택해 장기간 안정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며 심각한 증상 발현을 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MK News 김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