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에게 ‘내가 아는 사람이 대인공포증인데 어떻게 하면 좋으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아마도 질문을 던진 이는 대인공포증이라 표현한 문제의 원인과 치료방법에 대해 간단명료하게 설명들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겠지만 의외로 이 질문에 명쾌히 대답하기는 어렵다.

이유는 임상심리학이나 정신의학 관점에서 따져보면 ‘대인공포증’이라는 표현이 너무나 많은 내용을 포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오늘 칼럼에서는 우리가 대인공포증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에 얼마나 다른 내용이 전달될 수 있는지, 그로 인해 의사소통에서 어떠한 오해나 왜곡이 일어날 수 있는지 설명해보고자 한다.

대인공포증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는가. 흔히 사람들을 대하기 힘들어 하거나 사람들과 이야기하기를 꺼려하는 것을 떠올릴 것이다. 물론 맞는 해석이다. 다만 사람들을 대하기 힘들어하는 것 자체가 질병의 주요 증상일 수도 있고 질환이 발병하기 전 일종의 신호처럼 나타나는 문제일 수도, 혹은 질환의 결과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을 대하기 어려워하는 점이 주요 증상인 질환을 ‘사회공포증(Social Phobia)’이라 한다. 과거 이 질환을 대인공포증으로 칭했던 적도 있어서 대인공포증과 사회공포증은 여전히 자주 혼동돼 사용되기도 한다. 이 질환의 주요 문제이자 핵심은 바로 ‘공포’와 ‘불안’이다.

사람들을 대해야 하거나 공개된 장소에 나서면 너무나 불안하고 긴장되며 초조해지기 때문에 이와 같은 상황 자체가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이를 회피하게 만든다.

또 어떠한 질병이 본격적으로 발병하기 직전에 사람들을 피하고 혼자서만 지내는 시기가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심한 경우 주위 사람이나 가족들과도 거의 대화하지 않으며 자신의 세계에만 빠져 사는 듯 보이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말을 건네 보려 해도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대꾸도 없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리기도 한다. 예전에는 잘 해내던 집안일이나 직장 일을 하려고 하지 않아 가족이나 친구들을 걱정하게 만들지만 자신의 상태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려하지도 않는다.

과거 정신분열병이라 불렸던 ‘조현병’은 이러한 시기를 거친 후 점차 명확하게 드러나며 장기간에 걸쳐서 악화되기 때문에 치료자들에게는 꽤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신호다.

또 질환으로 인해 대인간 상황을 힘들어하고 회피하게 되는 경우 이는 어떠어떠한 질병의 경우에 그렇다고 특정화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매우 흔한 일이다. 즉 상당히 많은 정신건강 상의 질병들이 다른 사람들을 대하기 고통스럽게 만들고 사회적 상황에 처하는 것을 피하게 만든다.

우울증을 겪는 경우에도 그럴 수 있고 자주 숨이 가빠지거나 기절할까 염려하는 경우에도 그럴 수 있다. 사람들이 자신을 해할지 모른다는 걱정이 많아도 그럴 수 있고 심각한 상해사고를 겪은 후에도 그럴 수 있다.

대인간 혹은 사회적 상황을 두려워하거나 힘겨워하는 것이 질환의 원인인지, 증상인지, 결과인지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치료 장면에서는 매우 중대한 문제이다. 이를 통해 진단이 달라지고 당연히 치료방식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이러한 여러 가능성을 따져 질문을 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당연하지도 않다. 오히려 대인공포증이라는 표현이 포함할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세히 확인해 적절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전문가의 책임이며 의무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건강 영역의 전문가들에게 물어보고 확인해야한다.

다만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께 꼭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누군가 사람을 피하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다고 해서 ‘대인공포’라고 단정짓고 이 표현을 당사자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사용하지 말기를 바란다. 어느 하나로 단정을 짓기 시작하면 우리는 그 범위 내에서만 생각하고 여러 가능성을 놓치게 된다.

가장 위험한 경우가 어려움을 겪는 당사자가 자신의 문제를 ‘대인공포’라고 단정하고 믿기 시작할 때다. 이 용어를 사용해 인터넷에서 자신의 상황에 부합되지 않는 왜곡된 정보를 탐색하는데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는 경우도 있고 적절한 치료를 거부할 수도 있다. 혹은 여러 고통으로 인해 사회적 상황이 힘겹고 부담스러운 것이 당연한 상황에서 당사자에게 불필요한 낙인을 찍을 수도 있다.

헬스경향 장은영 한양대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입력 : 2014-02-07 18:14:49ㅣ수정 : 2014-02-07 18:4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