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찾아오는 불청객, 불면증

밤에 찾아오는 불청객, 불면증

-꿀잠 주무셨나요?

휴한의원 노원점 김헌 원장

‘잠이 보약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숙면이야말로 현대인들의 피곤함을 달래주는 최고의 비결이다. 그런데 깊은 밤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해 피곤함을 달고 산다면 불면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지난여름 밤새 뒤척여도 잠이 오지 않는 이유가 열대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달이 바뀌어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해도 밤에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양을 세어 보기도 하고, 잠자리에 문제가 있을까 생각해 침구도 바꿔보고, 족욕을 해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잠이 드는 것이 어렵기만 했다. 잠을 하루나 이틀 정도 자지 않는다고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신체 리듬이 깨지는 것은 사실이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다음 날 두통과 피로는 물론 극도의 피로감을 느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8시간이 채 되지 않아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조사 결과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2001년 5만1000명에서 2008년 22만8000명, 2013년에는 약 38만 명으로 12년 만에 무려 7배가량 늘어났다고 한다. 그만큼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불면증은 밤에 졸려도 잠들기 어렵거나 새벽에 일찍 깨서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성인 3명 가운데 1명이 불면증을 경험한 적이 있을 정도로 흔하게 나타난다. 그렇다면 불면증은 어떤 문제를 초래하게 될까? 우선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행복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이 수면을 조절하는 멜라토닌을 만들기 때문에 세로토닌이 부족한 우울증 환자들은 대개 불면증으로 고생을 한다고 한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불면증이 지속되면 우울증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오랜 불면증은 치매의 발병을 앞당기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니 더욱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Q&A 불면증에 대한 일문일답

불면증은 왜 생기는 것일까? 그리고 불면증에 걸렸다면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지 궁금증을 풀어보았다.

불면증은 어떤 증상을 말하는 것인가? 잠을 자다가 자주 깨는 것도 불면증과 관련이 있을까?

불면증은 가장 흔한 수면장애로 질이나 양에 있어서 만족스럽지 못한 수면을 말한다. 전 인구의 약 20% 이상이 한 번 이상 불면증을 경험하게 되며, 1차 진료를 받게 되는 환자 가운데 약 10~20%는 아주 심각한 불면증을 호소한다고 한다. 불면증 환자는 잠들기가 어렵거나, 깊게 자지 못하고 자주 깨거나, 더 자고 싶은데 너무 일찍 깨버리는 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만족스럽지 못한 수면 때문에 낮 시간 동안 졸리고 피곤한 상태가 되어, 정상적인 일상생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서 사회적·직업적 또는 학업적인 문제를 일으키기 쉽다. 보통 이런 수면 문제가 일주일에 3회 이상, 적어도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불면증(불면장애)으로 진단받는다.

불면증이 일어나는 원인은 무엇인가?

불면증의 원인을 어느 한 가지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결국 뇌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수면과 각성을 책임지고 있는 뇌간망상체와 시상하부의 불균형이 핵심이다. 불면증을 일으키는 구체적 원인으로는 과도한 스트레스, 정신적인 충격, 지나친 과로, 불규칙한 생활리듬 등이 가장 흔하며, 불안장애, 우울장애 등의 정신과적 질환과 역류성식도염, 야간빈뇨, 통증 질환, 가려움증 등의 신체 증상, 그리고 스테로이드제와 같은 약물, 알코올이나 카페인 등이 들어간 음식이 불면증을 유발할 수 있다.

잠을 자는 시간은 길지만 깊이 잠들지 않아 늘 피곤한 상태다. 이것도 불면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충분한 시간 동안 수면을 취하고 일어났는데도 피로가 풀리지 않은 느낌을 주는 수면을 ‘비회복성 수면’이라고 한다. 대개 수면의 질이 저하되어 잔 것 같지 않고, 만성피로로 시달리게 되며 불면증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이런 비회복성 수면은 코골이나 수면무호흡과 같은 호흡 관련 수면장애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코골이는 자는 동안 목구멍 주변의 구조물이 이완되어 좁아진 상태에서 생기는 호흡 잡음이며, 수면무호흡은 코골이와 함께 주간에 심한 졸림이나 기면 등의 수면장애를 보이는 질환이다. 이러한 수면무호흡은 비만, 뇌졸중, 심장병과 관련이 깊다는 보고가 많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불면증은 몸이 피곤해서 그런 것이라며 그냥 넘기는 사람들이 많다. 불면증을 꼭 치료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잠은 단지 각성이 없는 수동적인 상태가 아니다. 우리 몸, 특히 뇌는 낮에 깨어 있을 때는 할 수 없고 잠을 자는 동안만 가능한 다양한 신경생리적 기능을 능동적으로 수행한다. 첫째, 낮 동안 소모된 에너지와 손상된 부분(특히 중추신경계)을 회복시켜주고 다음 날의 생존을 위한 준비를 한다. 둘째, 학습된 정보를 재정리하고 기억으로 저장시키며 불쾌하거나 불안한 감정들을 꿈과 정보처리를 통해 정화시켜준다. 셋째, 성장호르몬 등을 분비시켜 성장을 돕고 각성 때 충분한 자극을 받지 못한 신경회로의 기능을 유지시킨다. 결국 수면을 통해서 뇌는 치유 받고 성장한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는 것은 이러한 뇌의 신경생리적 기능과 변화를 온전히 이뤄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일시적이 아니라 만성화되는 불면증은 대개 뇌의 기능적 또는 기질적 손상이나 노화로 이어지기 쉽다. 며칠 잠 못 자는 정도는 지켜볼 수 있겠지만, 불면증이 지속된다면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불면증을 조기에 치료할 때 더 좋은 점은 무엇인가?

뇌는 좋든 나쁘든 반복되는 학습에 반응하고 조건화된다. 즉 지속되는 불면증은 그 자체로 조건화되면 될수록 뇌는 불면증에 익숙해진 상태가 되고 그만큼 고치기 어려워진다. 무엇보다도 앞서 말했듯이 수면 문제가 지속되면 될수록 뇌의 기능적·기질적 손상이 누적되고 뇌의 노화가 촉진된다. 또한 불면증이 길어지면 주간의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주어 사회생활에 문제를 일으키게 되며 만성피로, 우울증, 강박증, 두통, 어지럼증, 기억력 저하, 치매, 비만 등의 다른 질환이 같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성장하는 아이의 경우에는 뇌신경 발달 자체에도 영향을 주어 틱장애, ADHD, 소아강박, 학습장애 등으로 이어지거나 또는 해당 질환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불면증은 빠른 진단과 함께 조기에 치료가 진행되어야 한다.

불면증은 ‘일차성 불면증’과 ‘이차성 불면증’이 있다고 알고 있다. 어떻게 다른가?

뚜렷한 신체적·정신과적 원인을 찾지 못하는 불면증을 ‘일차성 불면증’이라고 한다. 심리적 원인으로 각성 수준이 지나치게 높은 채로 유지되는 ‘정신생리적 불면증’, 검사상 수면효율은 좋으나 환자 스스로 잠을 못 잔다고 느끼는 ‘주관적 불면증’, 어렸을 때부터 일생 지속되어 ADHD나 난독증과 함께 잘 나타나는 ‘특발성 불면증’이 있다. ‘이차성 불면증’은 불면증을 유발시키는 구체적인 원인이 확인되는 경우다. 대개 우울증이나 범불안장애와 같은 ‘정신과적장애’, 심장병, 만성폐질환, 갑상선기능항진증, 역류성식도염, 두통, 치매 등의 ‘의학적/중추신경계장애’, 술이나 카페인, 스테로이드제 등의 ‘알코올/약물 의존성’, 실내의 소음, 부적절한 온도와 습도, 불편한 잠자리 등의 ‘환경적 요인’과 관련된 불면증이 해당되며, ‘수면무호흡증’, ‘운동장애’, ‘수면각성주기’, ‘사건수면’ 등도 있다. 일차성 불면증과 달리 이차성 불면증의 치료는 그 원인이 되는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우울증을 겪으면 불면증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가?

우울증은 슬프고 공허하고 우울한 기분을 중심으로 매사에 흥미나 즐거움, 의욕이 없어지고 더 나아가 인지 장애와 신체 문제까지 야기하는 질환이다. 이 우울증의 진단상 중요한 증상이 수면 문제다. 우울증에 의한 불면증은 깊게 잘 수 없고 자주 깨게 되는데, 특히 새벽에 깨서 다시 잠들기 힘들다는 점이 특징이다. 우울증을 일으키는 뇌의 신경생리적 원인으로는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 저하다. 이 세로토닌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숙면을 유도하여 낮 동안 헝클어진 뇌 속의 여러 신경전달물질들을 다시 통합시켜주고 상처를 치유해주는 역할이다. 우울증으로 세로토닌이 부족해지다보니 숙면을 이룰 수 없고 불면증이 쉽게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출처 : 여성중앙

진행신정희(프리랜서)사진이상규(cao studio)도움말김헌(휴한의원 노원점 원장)

발행2015년 9월호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3대 욕구가 성욕, 수면욕, 식욕인데요. 그 중 수면욕이 채워지지 않으면 신체적 어려움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요. 이 불면의 원인이 과도한 스트레스나 우울감이라면 본 센터에서 상담을 받아보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이 되는데요.